|
여성 스포츠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골때녀’지만 시즌2 들어 시즌1의 재미를 보장했던 모습들이 사라졌다. 골을 먹더라도 웃으며 축구를 즐기던 모습과 시즌1 당시 최약체였던 개그우먼팀 ‘FC개벤져스’가 배우 박선영이 이끄는 최강팀 ‘FC불나방’을 꺾었던 것과 같은 반전의 묘미가 시즌2에서는 보기 힘들어졌다.
지난해 12월 ‘골때녀’ 연출진의 편집 순서 조작 논란이 일며 스포츠를 대하는 ‘진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SBS는 제작진 전면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바뀐 연출진은 출연진의 승부욕과 눈물만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라고 마냥 즐겁게 웃으며 예능을 찍으라는 것이 아니다. 승부를 향한 여성의 열망과 욕망을 매체에서 조망해주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또한 ‘골때녀’는 한국 여성 축구를 향한 시선과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꾼 프로그램이다. 아마추어 여성 축구 동호회 붐을 일으키며 여성 생활체육 저변확대에도 큰 공헌을 했다. 그 저력에는 치렁치렁한 드레스만 입고 대중 앞에 섰던 배우와 톱모델들이 축구복을 입고 우당탕탕 뛰어다니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있었다. 출연자의 축구를 향한 무한한 열정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러나 시즌2는 축구를 향한 출연자의 열정은 유지하되 그 이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시즌2에는 노장이 보이지 않는다. 전현직 아이돌팀, 아나운서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연예인을 모아놓은 팀이 가세했지만 ‘FC불나방’의 박선영(51), 신효범(56)나이대 혹은 그 이상의 출연진이 없다. 최고 연장자가 채리나(44), 요니P(43), 바다(42) 정도다. 한층 젊은 팀으로 구성된 시즌2 신규팀의 그림에 나이 많은 여성 선수의 모습은 쏙 빠져있다. 젊은 팀 구성으로 높아진 수준에 맞춰 경기 템포를 높이려는 의도였을지 모르지만 평균 나이 최고령인 ‘FC불나방’이 시즌1 우승팀이었음을 잊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공을 잘 차는 사람을 모아놓지도 않았다. 다양한 분야의 출연진을 섭외해 시즌1과 겹치지 않는 그림을 의도했지만 새 얼굴의 등장이 새 바람을 불러오진 못했다.
|
방송 초반 음악인 송소희와 황소윤이라는 젊은 쌍소 투톱을 내세운 ‘FC원더우먼’이 신생팀 중 독보적인 실력을 보이며 화제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존팀 ‘구척장신’과 붙은 예선 첫 경기에서 3:6으로 패하며 기존팀과 신생팀간의 넘어설 수 없는 격차를 보여줬다. 아나운서 팀 ‘FC아나콘다’는 방송 초부터 자타공인 최약체로 꼽혔지만 예선전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단 한번의 역전을 만들지 못했다. 배우 정혜인, 최여진이 이끄는 예선전 최강자 ‘FC액셔니스타’와의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간 것이 유일하게 돋보인 점이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현격한 경기력 차이에 신생팀 출연자는 눈물을 참지 않을 수 없었다.
시즌2부터 출연 중인 ‘FC탑걸’ 소속 채리나조차 최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한 친구(송소희)가 방송에서 (풋살을)8개월 정도 했다고 말했다. 8개월을 어떻게 따라가나. (팀 간의)밸런스가 이상하게 섭외된 것 같아서 처음에는 많이 화났다. 그렇지만 이겨내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의 높아진 기대감도 재미 반감 원인으로 무시할 수 없다. 시즌1때는 ‘공을 찰 수나 있을까’라는 의심으로 눈초리로 지켜봤다면, 한 시즌을 거치고 난 이후의 시청자는 ‘얼마나 잘 차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시즌2 초반, ‘FC원더우먼’의 골키퍼를 맡았던 박슬기가 기존팀 ‘구척장신’에 연달아 골을 헌납하자 박슬기에게 악플테러가 가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이 ‘골때녀’가 높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시즌2 들어서 (순간 최고시청률 제외)단 한번도 평균 시청률 10%를 돌파하지 못한 이유가 아닐까. 겨우내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공을 찼을 그녀들의 분투만 아쉽다.
et16@sportsseoul.com
https://ift.tt/JE2Rgcj
엔터테인먼트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