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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알베르토 망겔 글·그림, 김지현 옮김/현대문학·1만7000원 하트 여왕이 “처형이 먼저고, 평결은 나중!”이라 말하자 앨리스는 “말도 안 돼, 헛소리야!”라고 소리친다. 이상한 나라에 걸맞은 외침이다. 흰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뛰어든 앨리스 앞에 펼쳐진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하고 다르지 않다. 음식을 독차지할 권리가 있다 생각하는 모자장수, 이리저리 명령을 내리고 다니는 하얀 토끼, 다른 종족들의 정체를 따져 묻는 애벌레, 폭정을 일삼는 하트여왕까지. 앨리스의 여정에는 생존 경쟁, 정체성 혼란, 권력 남용, 불합리에 맞서는 투쟁까지 지금 시대의 면면이 담겨 있었다. 신비한 모험을 떠난 작고 어린 소녀는 부조리한 일에 논리를 들이대며 부득부득 지적하고야 마는 시민 불복종 캐릭터였던 것이다. 세속적이면서도 무구한 자유의 소녀 빨간모자, 사람들 꿈에 침입하는 탐험가 드라큘라…. 낯익지만 생소한 수식어가 붙는 문학 속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말년에 시력을 잃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던 서점 소년이자 현존 최고의 독서가로 꼽히는 알베르토 망겔이 자신이 사랑한 캐릭터들을 에세이 37편으로 재탄생시켰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도 함께 실었다. 구운몽>의 성진과 팔선녀, 로빈슨 크루소, 신드바드 등 익숙한 인물들을 비롯해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호밀밭의 파수꾼>의 피비, 서유기>의 사오정 등 조연급 캐릭터, 에밀리아 부인이나 릴리트와 같은 낯선 얼굴도 등장한다. 저자는 유년 시절 일화, 상상력, 시사 메시지 등을 통해 가상 인물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고, 얼마나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는지 이야기한다. 한국어판에는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별도로 실었다. 김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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