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종영한 '조선구마사' 이후 새로운 사극을 선보인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 화공의 이야기를 다뤘던 장태유 감독과 '구르미 그린 달빛' 등에서 활약한 '사극 요정' 김유정이 새 월화드라마 '홍천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26일 오후 '홍천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됐으며 장태유 감독과 배우 김유정, 안효섭, 공명, 곽시양이 참석했다.
'홍천기'는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김유정 분)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 분)의 한 폭의 판타지 로맨스를 담는다.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원작자로 유명한 정은궐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에서 감각적 영상미를 선보인 장태유 감독과 '멜로가 체질'을 공동 집필한 하은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날 장태유 감독은 작품에 대해 "로맨스를 중점으로 둔 판타지 사극이다. 일반적인 정치 사극이나 멜로를 담은 드라마와 다르게 멜로, 판타지, 사극적 재미가 한데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작들과 다른 차별점을 묻자 장 감독은 "전작 '별에서 온 그대',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다 합친 드라마다. '별그대'는 판타지와 멜로가 있고 '뿌리깊은 나무'는 정치적 성격이 짙다. '바람의 화원'은 화공이 나와 예술적인 면이 부각되는 사극이었다"며 "'홍천기'는 천재화공이 주인공이고, 판타지적 요소를 안고 살아가는 하람이 나오고 주향대군, 양명대군의 싸움이 깔려있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모든 걸 아우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장 감독은 미술 연출 포인트에 대해 "'홍천기'를 나한테 제안한 게 '바람의 화원'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그림을 표현하는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전문 화가를 섭외해 그림 한 장 한 장을 직접 골랐고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모든 배우들도 화가의 작업실에 가서 그림을 배우고 촬영했다. '바람의 화원' 때 참여한 화가들이 함께 해줘서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양명대군은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대군이다. 공명처럼 감성이 풍부하고 대군에 걸맞는 풍채, 풍모를 갖고 있는 배우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삼고초려 끝에 캐스팅됐다"며 "주양대군도 수많은 드라마에서 다룬 역할이다. 무인의 기질, 카리스마, 강한 보이스에서 주는 연기력이 두루 뒷받침 돼야 했다. 아주 복잡한 조합을 갖고 캐스팅했다. 정말 어려웠다. 두 번 다시 이런 캐스팅은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바람의 화원'에 이어 여 화공을 다시 다루게 된 장태유 감독은 "그때 다 표현하지 못한, 그림에 대한 아쉬움을 이번 드라마에서 원없이 풀었다"며 "입에서 뭐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자신했다.
앞서 SBS 사극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폐지됐다. 이에 대해 장태유 감독은 "그 부분도 고민을 많이 했다"며 "원작과 달리 시대적 배경을 가상 국가 단왕조라는 판타지 세계를 구축했다. 홍천기와 등장 인물만 원작대로 활용했고, 그외의 실존 인물이나 지명은 모두 가상의 명칭으로 바꿔서 역사 왜곡 논란을 방지하려고 애썼다"고 강조했다.
김유정은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 5년 만에 사극으로 복귀했다. 이에 대해 "온전히 내가 잘해서 반응이 좋았던 게 아니다. 많은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면서 사극이라는 장르에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며 "사극을 많이 한 건 아닌데 작품이 잘 돼서 노하우를 묻는 것 같다. 항상 고증을 잘 지키되 그 틀 안에 너무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행동과 말투가 제약을 받을 때가 있는데 최대한 자연스럽고 시청자들이 이해가 잘 되도록 노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김유정은 "원작 소설 '홍천기'를 예전에 재밌게 읽었다. 홍천기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이 컸다. 유일한 여 화공이자 절세미인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씩씩하게 살아나가는 모습이 다른 사극에서의 여성캐릭터와 달랐다"며 "무엇보다 장태유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소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바람의 화원' 신윤복 역할과의 차이점에 대해선 "홍천기 캐릭터의 특징은 뚜렷하게 나타나는 재능이라기 보다는 본인도 모르는 천재성을 띄고 있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시청자들이 봤을때 재능이 어떻게 표현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홍천기는 단순히 사물을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 상상력을 떠올려서 본질을 꿰뚫어본다"며 "그림에 기운을 담는 화가"라고 덧붙였다.
김유정은 또 "홍천기를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 화가 선생님의 작업실에 자주 찾아가고 손 제스처나 사소한 것 하나까지 표현하려 했다. 많은 분들께서 과거 화공들의 다양한 작품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실 것 같다"고 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작품 중에 장태유 감독님의 작품이 많았다. 출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정은궐 작가님의 팬이기도 하다. 앞이 안 보이는 캐릭터와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선 "앞이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 하는 게 힘들었다. 보통 연기를 하면 사람의 눈에서 나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그것 없이 소리로만 연기를 하려니까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사극의 매력을 묻자 안효섭은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 말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한복도 입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등 사소한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했다"고 했다.
이어 "거문고라는 악기가 생소했다. 어릴 때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접해보긴 했는데 너무 다른 악기였다. 초반에 감을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거문고는 대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한의 악기라 어떤 마음가짐으로 표현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서 내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명대군이 예술을 좋아해서 그림과 서예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김유정처럼 화공이 아니라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그림을 보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 표현하고 어떻게 봐야하는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서예는 직접 배웠는데 집중하고 차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재밌었다"며 "평소에 활동적인 걸 좋아하다보니까 서예를 할 때 차분하고 집중할 숭 있는 시간을 가져서 새롭게 다가왔다"고 돌아봤다.
곽시양은 단왕조의 둘째 왕자 주향대군을 연기한다. 그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첫째 형이 있었기에 왕에 대한 갈망이 큰 지략가"라며 "들개 같이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가장 신경 쓴 점을 묻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외적인 부분이니까 준비를 많이 했다"며 "수염, 상처도 만들고 생전 안하던 눈 분장도 해봤다. 또 어두운 계열의 옷을 많이 입었다. 다른 인물들과 달라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주향대군이 화가 많다. 촬영하면서 그게 제일 어려웠다"며 "예민한 상태로 촬영했던 것 같다. 감독님과 상대 배우가 잘 이끌어주고 받아줘서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하러 갈 때나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렇게 힘이 없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고 부담감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곽시양은 주향대군에 대해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다. 극의 긴장감을 주는 장치"라며 "'홍천기'에서 가장 어두움을 담고 있는 역할이라 많은 고민을 했다. 옷 입을 때, 분장할 때도 생각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자 공명은 "대군과 화공으로서의 위치가 있음에도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포인트가 있다"면서도 "운명적인 사랑이 있는 하람과 홍천기가 이루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를 듣던 김유정은 "내 의견은 안 들어도 되는 것이냐"고 했고, 곽시양은 "있는 것들이 더 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두 개의 러브라인에 대해 김유정은 "다른 매력이 있다. 하랑과는 처음부터 강한 끌림을 느끼는 운명같은 이야기다. 애절함과 멜로가 많이 묻어있다. 재밌는 요소도 많다"며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는 케미는 양명대군 쪽이다. 신분의 어려움이 있지만 양명대군이 모두에게 친절한 인품을 가지고 있어서 홍천기와 가까워진다. 재밌고 웃기고 귀여운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장태유 감독은 배우들간 케미에 대해 "한마디로 미친 케미다. 현장에서 알아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나는 카메라만 돌리면 됐다"고 극찬했다. 김유정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사소한 것부터 대화를 굉장히 많이 나눴다. 감독님도 함께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바람의 화원' 때는 아역이어서 감독님과 잠깐 보고 이번에 제대로 함께 하게 됐는데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내 의견에 대해 깊게 생각해주셨다"고 털어놨다.
이에 장태유 감독은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든 줄 몰랐다. 김유정이 초등학생일 때 함꼐 했다. 그게 13년 전이다. 10살 때 같이 일한 것"이라며 "그떄도 연기 신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성장해서 어엿한 여주인공이 됐다. 성인 연기자 김유정으로 새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효섭은 "상대 배우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제일 합이 많은 김유정보다 내가 몇 살 더 많긴 하지만 나보다 경험이 더 많으니까 연기하는 걸 받아주기만 하면 됐다. 쉽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공명과 곽시양과 함께할 때도 항상 즐거웠다"고 했다. 그러자 장 감독은 "안효섭이 겸손하게 말한 거다. 깜짝 놀랄 거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면을 보게 될 거다. 편집실에서도 난리났다. 작가님도 '안효섭의 재발견'이라고 했다"며 "두 가지 인격이 있는 것처럼 연기했다. 상당히 어려운 연기였다"고 말했다.
공명은 "'홍천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함께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케미였다"고 관전포인트를 꼽았다. 이어 "처음 만나는 데도 너무 편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하자 장 감독은 "촬영 전부터 많이 만났다. 그래서 현장이 편안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곽시양은 "많은 분들이 나를 많이 부러워할 것 같다. 천사같은 김유정과 후광이 나는 남자배우들이 얼마나 재밌게 촬영했는지 현장만 가도 즐거움이 느껴졌다.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장 감독은 "드라마의 재미는 악의 축에 있다"며 "곽시양이 저 정도로 악한 연기를 해줄 수 있을까 했는데 놀라운 카리스마를 뿜어내면서 폭발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나머지 역할이 더욱 빛나게 해줬다"고 칭찬했다.
끝으로 장태유 감독은 "시청자분들이 너무 재단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의 드라마로서 봐주시면 상당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편안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유정은 "훨씬 많은 매력이 있는 드라마다. 정말 많은 배우들과 제작진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즐겁게 촬영했다. 그만큼 기분 좋고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효섭은 "모든 스태프가 안 보이는 곳에서도 고생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나한테도 의미가 크다"고 했고, 공명은 "나 또한 기대하고 있다. 기다려주시는 시청자분들도 재미 있게 보셨으면 좋겠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곽시양은 "꿀잼 보장이다. 기대해달라"고 짧게 말했다.
'홍천기'는 오는 30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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