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연반인(연예인+일반인) 재재가 이제 유튜브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청취자들의 호평 속에 ‘째디’(DJ 애칭)가 ‘두시의 데이트’ DJ로 순항을 보여주고 있다.
재재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나 SBS 직장인에서 ‘MBC의 딸’로 변신한 소감을 밝혔다.
재재는 “많은 분들이 퇴사 소식에 관심을 가져주셨더라. 아직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특별할 것 없는 퇴사다. 요즘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사람이라 관심을 가져준 것 같다. 과분한 관심”이라며 “그냥 출근이 SBS와 MBC로 양분화 된 정도다. ‘문명특급’에서 손을 뗀 게 아니다. 그동안 했던 일과 하는 일은 똑같다. 그 관심들이 ‘두시의 데이트’와 앞으로 이어갈 ‘문명특급’에도 이어지면 좋겠다”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재재는 SBS 퇴사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MBC로 곧장 첫 출근했다.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재재입니다’(이하 ‘두시의 데이트’)로 첫 DJ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두시의 데이트’는 MBC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지난 1973년 MBC 아나운서 출신 김기덕이 ‘FM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뒤 1975년 ‘두시의 데이트’로 한차례 명칭만 바꿨을 뿐 지금까지 무려 50년간 프로그램을 유지해왔다. 김기덕을 비롯해 주병진, 이문세, 윤도현, 윤종신, 박명수, 박경림, 지석진 등 걸출한 가수와 방송인이 진행해온 MBC FM4U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재재는 뮤지, 안영미의 뒤를 이어 진행을 맡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재는 “확실히 새로운 환경이라 적응하는 중이다. 첫날부터 배철수, 유재석, 김구라 등 선배님들의 축하 멘트를 받아줘서 ‘따뜻한 곳이구나. 환대해주신다’라는 생각을 했다.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인사했다.
재재의 라디오 DJ 도전은 팬들조차 생각지 못했다. ‘뉴미디어’의 아이콘인 재재와 전통적인 소통창구로 사랑받고 있는 라디오의 만남이 생소한 탓이다. 재재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언감생신 꿈도 못꿨었어요. 저는 직장인 이었잖아요. 기업에 취직해서 월급쟁이로 살겠거니 막연히 생각해 왔었습니다. ‘연반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미디어에 노출되고 ‘문명특급’을 기획하고 출연하면서 다양한 미디어를 접해왔어요. 라디오 게스트로 나가면서 ‘내가 DJ가 된다면?’이라는 망상 정도는 해봤지만요. 하하. 뉴미디어라는 잘 모르던 분야에서 밥벌이를 한 것 처럼 DJ 제안을 받고 감사히 임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라디오라는게 진솔하고 매력있더라고요. 현대사회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 같았어요”
홍희주 PD는 ‘두시의 데이트’를 새로 꾸리면서 왜 재재를 DJ로 내세웠을까. 재재는 “단연 저를 생각해서 연락 줬다고 하더라”며 홍 PD의 제안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라디오라는 특성상 DJ 분들 중엔 포근하고 인자한 분들이 많다”며 다른 DJ들과 다른 결을 가진 자신의 매력을 언급했다.
재재는 제작진에 대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재재는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은 물론이고, DJ에 대한 애정도 있고 청취자분들에 대한 배려심도 깊다. 라디오를 정말 좋아하는게 느껴진다. 저도 덩달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될 정도”라며 “이직 스트레스라는게 원래 크지 않나. 새로운 동료를 만나는게 두려운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좋은 분들이다. 덕분에 ‘10년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리게 되더라”고 장기 진행을 꿈꿨다.
DJ를 맡은지 아직 한 달이 채 안된 가운데 재재는 벌써 라디오의 매력을 발견했단다. 재재는 “제가 SBS 러브FM ‘나르샤의 아브라카다브라’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할 때 느낀 것은 라디오는 전 연령이 즐기는 미디어라는 것이다. 많은 분들에 제가 다가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그렇게 되는 중인 것 같다. 청취자 문자만 봐도 저를 모르셨던 분들도 많고, 라디오를 통해 절 알게된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이어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정의 내릴 수 없는 시대다.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유튜브를 너무 잘 사용하고 있더라. 숏폼 콘텐츠나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만들어가기 나름 아니겠나”라며 새로운 라디오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기존 라디오는 스튜디오에 앉아 청취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거나,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재재는 매일 라디오 스튜디오를 뛰쳐나가 직접 청취자들을 만나는 ‘도전천명! 재재가 간다!’ 코너를 통해 기존 라디오의 틀을 깼다.
재재는 “데일리 코너로 MBC 1층에 내려가서 청취자분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라디오를 하니 스튜디오에 앉아서 진행하겠다 했다. 이런 코너를 할 줄은 몰랐는데 신선하다. 다시듣기로 들어보니 현장감도 있고 재미있더라”면서 “(새로운 시도가) 제작진에게도 일일텐데 열정적으로 준비해줬다는게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를 벗어나는 만큼 신경쓸 부분도 많지 않을까. 이에 대해 재재는 “생각보다 방송장비가 간소하다. 기술이 많이 발전했더라. 설렁설렁 마실 나가듯, 친구 만나러 가듯 나간다. 엘리베이터도 빨라서 걱정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멀리 나가서 중간 광고 시간에 스튜디오에 못 올라가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생방송의 묘미니까 즐기고 있다”며 “제작진이 방송을 재미있게 짜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또 매주 월요일 청취자 소비 습관을 분석하는 ‘두데 짠내방’ 코너에 대해 재재는 “아무래도 청취자 참여가 가장 많은 코너가 재미있더라. 참여를 참 많이 해주시더라. 재미있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두시의 데이트’ 청취자 애칭은 ‘두식이’로 정해졌다. 재재는 “정선희 선배님이 ‘두시엔 화가 난 분들이 많다’고 하시더라. 강렬한 애칭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막내작가님이 밀던 애칭이고, 투표 결과로 정해진 것이라 두말없이 따르고 있다. 강해보이고 젊은 감각인 것 같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왜 DJ가 친구 같다고 하는지 알겠다. 친구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인 것 같다. 두식이 분들이 솔직하게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해주더라.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느낌이다. 두식이 분들에게 활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라디오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재재는 그동안 ‘문명특급’을 통해 트랜드를 만들어왔다.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부터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 감아줄 명곡)까지 트렌드를 선도했다. 2020년 추석특집으로 ‘숨듣명 콘서트’가 SBS에서 편성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이 방송 편성에 들어가는, 유례 없는 일이었다.
MZ세대의 트렌드를 선도해온 재재가 DJ를 맡은 이상 목표나 꿈이 있을 듯 하다. 재재가 생각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재재는 “사실 목표를 정해놓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청취율 1위는 한 번 찍어봐야하지 않을까?”라고 큰 포부를 밝혔다.
“꿈이 커야 그 파편도 크지 않을까요? 청취율 1위 한번 해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언제나 부동의 1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상부상조, 상생해가면서 1위도 해보고 싶어요. 은은하고 스며들듯이 DJ로 열심히 가보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재는 또 “이전 DJ들은 당대 간판 스타들이었다. 거기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최선을 다해서 임해야겠단 결심이 있다. 청취자들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친구처럼 소통하면서, 긴밀한 유대감을 가지려고 한다. 편안한 방송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재재는 퇴사 전부터 각종 행사 MC로도 활약했다. 연예가에는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가수 쇼케이스 등 행사가 많다. 재재는 텐션 넘치면서도 깔끔한 진행으로 호평을 받으며 박경림, 박슬기에 이어 주목받고 있다. 재재가 프리로 나서면서 진행자로서의 활약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재재는 “먼저 길을 만들어놓으신 선배들이 계셔서 행사 진행자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분들은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등 행사 전문 진행자라는 롤 자체를 만드셨다. 전문직 아닌가 제가 감히 견줄 순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티빙 예능프로그램 ‘여고추리반’ 제작발표회 진행을 박경림 선배님이 맡아주신 적이 있는데 너무 잘하셔서 존경스럽더라. 보고 배운 점도 많다.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셔서 큐카드도 보지 않고 멘트를 하시더라. 소통도 그렇고, 행사 진행자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방송가 핫스타 재재는 아직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다. 재재는 “혼자서 잘 다니고 있다”면서 “어디 들어갈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데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많진 않다.
혼자 하기 어려워지면 뜻이 맞는 곳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재재는 마지막으로 ‘프리랜서’로서 자신을 어필했다.
“제가 직장 생활을 오래 해봐서 직장인분들, 같이 일하시는 분들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현실 감각이 있어요. 월급을 받으면서 살았기 때문에 급여가 주는 소중함도 압니다. ‘받는 만큼 일한다’는 근면성실함도 있어요. (장)도연 언니가 프리랜서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존재라고 하더라고요. 퇴사 후 앞날에 대해 하나도 정해둔 것은 없어요. 불러주신다면, 뜻이 맞는다면 어디든지 가겠습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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