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잔반 남기지 말라’에 몸무게 재고 요리 주문 식당까지 출현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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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반(殘飯)을 남기지 말라”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 마디 이후 중국에서 음식 담은 접시를 싹 비우는 ‘빈 그릇(光盘)’ 캠페인이 한창이다. 중국 유명 ‘먹방’은 퇴출 위기에 놓였고,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는 음식 낭비를 금지하는 입법 추진에 나섰다.
 

후베이성, ‘요리 수가 손님 수보다 적게’ 시행
후난성 한 식당은 입장 전 고객 체중 재고
몸무게 따라 칼로리 계산한 요리 제시
"마른 사람은 많이 못 먹나” 불만 쏟아져

중국 후난성 창사의 한 식당이 14일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의 ‘잔반 남기지 말라’ 지시에 호응해 고객에게 입장 전 체중을 잰 뒤 그에 따른 요리 주문을 권장해 중국 네티즌의 갑론을박을 낳고 있다. [중국 관찰자망 캡처]

 
후베이(胡北)성이 앞장서 요리 수가 손님 수보다는 하나 이상 적어야 한다는 ‘N(손님 수)-1=요리 수’라는 주문 모델을 제시하자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의 한 식당이 입장 전 체중을 잰 뒤 요리를 시킬 것을 제시해 중국 네티즌의 갑론을박을 낳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와 허난(河南) 도시채널 등 15일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난성 성도인 창사에 위치한 이 음식점은 들어오는 모든 고객에게 체중을 잰 뒤 어떤 요리를 시키는 게 좋을지를 제시한 차림표를 문 앞에 마련했다.
 

중국의 두 여성이 후난성 창사의 한 식당 앞에서 각각 자신의 체중을 재고 있다. 식당에서 남녀 체중에 따른 요리 주문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허난도시채널망 캡처]

 
예를 들어 체중이 40kg 이하인 여성의 경우엔 소고기볶음과 생선 머리에 고추를 잘게 썰어 넣은 찜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또 40~50kg 여성에게는 소고기볶음에 미나리와 두부, 돼지고기, 파를 넣고 볶은 요리, 닭고기 볶음 등 세 가지를 추천하는 식이다.
 
식당 측에 따르면 몸무게에 따른 칼로리 필요량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어떤 요리가 좋을지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에 따르면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주문하는 요리는 줄어든다.
 

중국 후난성 창사의 한 식당이 문 앞에 내놓은 남녀 체중별 권장 차림표. 체중이 40kg 이하인 여성에겐 소고기볶음과 생선요리 두 가지를 권하고 있다. [중국 허난도시채널망 캡처]

 
그러면 중국의 전체 요식업계가 시 주석의 지시에 부응해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식을 절약하고 낭비를 두절하자(節約糧食 杜絶浪費)’의 8자 방침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음식점이 14일부터 이 같은 방침 시행을 발표하고 실제 시행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찬반양론이 쏟아지고 있다. 맛있는 것 먹으려고 음식점 찾았는데 식당 문 앞에서 체중을 재면 입맛이 나겠느냐는 원성이 많이 터지고 있다.
 

중국 후난성 창사의 한 식당 앞에 선 고객이 자신의 체중을 고려해 어떤 칼로리의 음식을 주문해야 되는지 고민하고 있다. [중국 허난도시채널망 캡처]

 
누구나 자신의 체중을 새로 인식하고 나면 마음 놓고 젓가락질을 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는 주장이다. 또 다른 중국 네티즌은 체중이 적게 나간다고, 즉 말랐다고 뚱뚱한 사람에 비해 식욕이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진다.
 
마른 사람도 먹는 건 잘 먹는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무게가 나가는 이는 권장 식단을 봐서는 거의 의무적으로 많이 시켜야 하는 입장이 된다. 또 일각에선 중국 지도자의 지침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는 얄팍한 상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잔반을 남기지 말라’며 음식낭비 현상을 지적한 뒤 중국 각지에서는 접시를 싹 비우는 ‘빈 그릇’ 캠페인을 벌이는 등 먹고 남는 음식을 없애기 위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허난도시채널망 캡처]

 
찬성 측은 음식 낭비를 막으려는 일종의 아이디어 차원 활동으로 괜찮지 않으냐는 반응이다. 이 음식점은 네티즌의 공방이 끊이지 않자 15일 성명을 발표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깊이 사과의 뜻을 표한다”는 홍보 차원의 사과를 하기도 했다.
 
또 “몸무게를 재는 게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다”라면서도 “행사가 정말로 효과가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우리의 뜻은 낭비를 막고 고객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주문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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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6, 2020 at 09:1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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